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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의 프리렌 (1급 시험, 음악, 캐릭터)

by glenhj 2026. 2. 21.

장송의 프리렌

모험을 끝낸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어떨까요? 대부분의 판타지는 마왕을 쓰러뜨리면 끝나지만, 장송의 프리렌은 그 이후를 다룹니다. 엘프 마법사 프리렌이 동료의 죽음을 계기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이 작품은, 매드하우스의 절제된 연출로 시간의 무게를 천천히 풀어냅니다. 솔직히 처음 몇 화를 보면서 이 느린 호흡이 끝까지 이어질지 의문이었는데, 보다 보니 그 여백이 오히려 작품의 핵심이더군요.

1급 마법사 시험, 기대와 아쉬움 사이

18화부터 28화까지 이어지는 1급 마법사 시험 파트는 호불호가 갈리는 구간입니다. 프리렌과 펀이 다른 응시자들과 함께 음속으로 이동하는 새를 포획하는 첫 번째 시험은, 액션보다는 전략과 심리전에 집중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성은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보면서 슈퍼볼 막판 타임아웃을 지켜보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세리에와의 인터뷰나 28화의 늙은 마법사와의 대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회상 장면에 비해 주제적인 깊이가 부족했고, 특히 프리렌이 '위대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방어만 하는 장면은 솔직히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마도서를 모으고 역사상 가장 무서운 마법사로 불리는 프리렌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던 점도 아쉽습니다. 14화에서 힘멜이 준 반지를 찾으러 갈 때 정도가 전부였죠.

다만 6화부터 10화까지 이어진 루그너 편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아우라와 프리렌의 대결은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개인적으로 시리즈 전체의 최고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만들어낸 몰입의 힘

첫 화부터 음악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힘멜의 마지막 모험과 장례식 장면에서 흐르는 웅장한 선율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헤라클레스'의 'Go The Distance'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중세풍 악기 선택도 적절해서, 환상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오프닝곡 '유샤'와 '하루'는 다소 이질적이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했습니다. 전자는 건담 시리즈에 어울릴 법한 느낌이고, 후자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삽입곡처럼 들렸거든요. 하지만 엔딩곡 '언제나, 어디든'은 압권이었습니다. 가사가 프리렌의 여정을 완벽하게 담아냈고, 잔잔한 연주가 각 화의 여운을 깊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음악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직접 사운드트랙을 찾아 듣게 된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캐릭터의 입체성, 도덕성까지

프리렌은 최강의 마법사이지만 가짜 보물 상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아침에 게으름을 부립니다. 펀은 귀엽고 관찰력이 뛰어나지만 쉽게 짜증을 내고, 스타크는 용감하지만 겁쟁이처럼 보입니다. 이들의 매력은 강점과 약점을 모두 드러내는 입체성에 있습니다.

특히 하이터의 성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힘멜이나 아이젠보다 훨씬 뚜렷했습니다. 조연 중에서는 우벨, 라위네, 덴켄 같은 시험 응시생들과 센스, 12화의 촌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솔직히 세리에나 칸네는 너무 약했습니다.

이 캐릭터들의 진짜 매력은 도덕적 가치관에서 드러납니다. 단순히 성장하거나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미덕을 추구하며 실수와 역경 속에서도 낙관적으로 목표를 완수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좋아한 하나사쿠 이로하의 오하나나 엔젤 비츠의 유즈루처럼, 확고한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죠. 악마조차 동정의 여지 없이 명백히 악한 존재로 그려진 점도 분명한 권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장송의 프리렌은 화려함 대신 사유를 택한 작품입니다. 끝난 모험 뒤에 남은 감정들을 천천히 응시하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1급 시험 편의 느슨함이 아쉽지만, 음악과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느린 호흡이 불편하지 않다면, 이 작품은 분명 깊은 울림을 남길 겁니다.


참고: https://traditionalcatholicweeb.wordpress.com/2024/05/03/anime-review-123-frieren-beyond-journey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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